생업이나 학업에 바쁜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매일같이 시간을 쪼개어 HTS나 모바일 증권앱을 열어서 오늘 또는 그간의 가격 추이를 살피고 주문을 제출하는 일은 꽤 번거로운 일입니다. 오늘은 꼭 거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어도 바쁘게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주문 제출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모바일 증권앱을 열어볼 짬이 난다고 하더라도, 장중에는 가격의 움직임에 홀려서 나도 모르게 쫒기듯이 주문을 제출하게 되고, 그렇게 제출한 주문의 가격이 별로였던 경우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싸게 사기 위해 가격을 낮춰서 내면 체결도 안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방법을 통해 1.적절한 가격으로 2.매일 자동으로 3. 적정한 투자자금을 분배하여 ETF를 투자할 수 있습니다(주식에 대해서도 똑같은 방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ETF 적립식 투자라고 할 수 있죠. 그러면 차근차근 핵심 요소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적절한 가격
누구나 기왕 투자를 한다면 가장 싼 가격으로 매수를 하고 싶을 것입니다. 매일같이 당일 최저가로 매수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게 가능한 사람이 있다면 그 분은 인간이 아니라 매매의 신이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매매의 신이 아니므로 그런건 할 수 없지만, 매일 시가, 종가 또는 그 중간의 가격으로 매수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아침 09:00(시가가 결정되는 시점) 이전에 시장가주문을 내면 시가로 체결됨.
- 15:30(종가가 결정되는 시점) 이전에 조건부지정가로 주문을 내면 종가로 체결됨.
- 50%를 시가, 50%를 종가로 체결시키면 평균적으로 시가와 종가의 중간가격으로 체결됨. 예를 들어 오늘 100주를 매수하기로 했다면, 50주를 시장가주문로 내서 시가로 체결시키고 나머지 50주를 조건부지정가로 주문을 내서 종가로 체결시켰다면 100주가 평균적으로는 시가와 종가의 중간값으로 체결됨.
이 개념을 이해하신다면 다음장인 2. 매일 자동으로로 바로 넘어가셔도 됩니다. 그렇지만 무슨말인지 좀 어렵다면 아래 내용을 보시면 됩니다.
시가와 종가는 당일 거래를 대표하는 중요한 가격입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가격 봉차트에서도 시가와 종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가, 시장가주문
시가는 당일 정규장에서 최초로 거래된 가격을 의미하며 빨간색 양봉에서는 기둥 하단, 파란색 음봉에서는 기둥 상단의 가격이 시가입니다. 어제 15:30에 장종료후 오늘 아침 장이 열리기까지 약 17시간동안 거래가 중단되어 있다가 오늘 아침 처음 결정되는 가격이 시가입니다. 따라서 지구가 한바퀴 돌 동안(어제 15:30부터 오늘 아침 09:00까지) 국내외에서 발생한 정보가 시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가는 단일가매매라는 방법을 통해 결정이 됩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아침 08:30부터 09:00까지 30분동안 주문을 접수하고(이 30분을 시가단일가매매 기간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접수된 주문 데이터를 분석하여 전체 체결 수량을 최대화 할수 있는 가격을 계산합니다. 이 가격을 합치가격이라고 하며, 이 합치가격보다 같거나 비싼 매수호가와 합치가격보다 같거나 싼 매도호가 모두 합치가격으로 09:00*에 체결되며, 이 합치가격이 바로 시가가 됩니다. 결론적으로 시가는 시장참여자의 합의가 반영된 나름 공정한 가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실제로는 가격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09:00 약간 이후 랜덤한 시간에 체결됩니다.
시장가주문은 가격을 정하지 않고 수량만 정해서 제출하는 주문입니다. 따라서 시장가주문은 시장에서 정해진 가격으로 체결됩니다. 오전 08:30 ~ 09:00까지의 시가단일가매매 기간 중에 시장가주문을 제출하면 그 주문은 항상 시가로 체결됩니다.
그렇지만 유동성이 낮은 종목의 경우 시장가주문이 불리한 가격에 체결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하셔야 됩니다. ETF의 경우에는 유동성이 낮더라도 시장조성자가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가격으로 시장가주문이 체결되지는 않겠지만, 저유동성 ETF 종목에 시장가주문을 제출하면 시장조성자가 제시한 매도가격으로 체결될 것입니다.
종가, 조건부지정가
종가는 당일 정규장에서 마지막으로 거래된 가격을 의미하며 빨간색 양봉에서는 기둥 상단, 파란색 음봉에서는 기둥 하단의 가격이 종가입니다. 종가는 당일의 매매를 마무리하는 가격으로 다음날 상하한가가 결정이 되는 기준이 되며 각종 가치평가 및 환매의 기준이 되는 중요한 가격입니다. 따라서 종가도 시가와 마찬가지로 단일가매매 방법으로 결정이 됩니다. 15:20부터 15:30까지 접수된 주문(15:20이전에 접수되었지만 15:20까지 체결되지 않은 주문도 포함합니다)을 모아서 합치가격으로 체결하게 되며 이때의 합치가격이 바로 종가가 됩니다. 시가와 마찬가지로 종가도 시장의 합의가 반영된 가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건부지정가는 평소에는 가격이 정해진 지정가주문(일반주문)처럼 동작하다가 나중에 종가단일가때 시장가주문으로 변신하는 주문유형입니다.
구체적으로 조건부지정가 주문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예시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차트는 8월14일 하루동안 KODEX 200 ETF의 가격 차트입니다. 이 경우 아침에 조건부지정가 주문을 제출하면 어떻게 동작하게 되는지 살펴봅시다.
만약 08:30 장이 열리자마자 조건부지정가 매수 주문을 31000원의 가격으로 제출했다면 이 주문은 08:30부터 15:20까지의 기간동안 31000원의 지정가(일반) 매수 주문으로 동작합니다. 만약 가격이 31000원 또는 그 이하로 내려왔다면 방금 제출한 조건부지정가 매수 주문도 그때 체결이 되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위 차트와 같이 당일 가격이 31000 이하로 내려오지 않았다면(최저 가격이 31635원이었죠) 31000원의 조건부지정가 주문은 체결되지 않고 호가장에 남아있다가 15:20부터 시장가주문으로 변신하여 15:30에 장종료될때 종가로 체결됩니다.
조건부지정가도 시장가주문의 일종이므로 저유동성 종목에서는 불리한 가격에 체결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하셔야 됩니다.
시가와 종가의 조합
시가와 종가 둘다 중요한 가격이며 단일가매매 합치가격 방식으로 결정된 괜찮은 가격입니다. 따라서 매일 시가 또는 종가로만 매수를 하여도 시장의 흐름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서 당일 시가와 종가의 중간정도 되는 가격으로 매수를 하고 싶다면 그것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2020년 8월 14일 KODEX 200 ETF의 시가는 32215원, 종가는 31920원에 형성되었습니다.
이날 아침 08:30 장개시 시점에 수량 50주의 시장가 매수 주문과, 수량 50주 가격 31000원의 조건부지정가 매수 주문을 제출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09:00에 시장가 50주 주문은 시가인 32215원으로 체결이 되고, 15:30에 조건부지정가 50주 주문은 종가인 31920원에 체결이 됩니다. 전체 100주의 매수 금액은 32215 * 50 + 31920 * 50 = 3206750원이되며 1주당 매수 가격은 32067.5원, 딱 시가와 종가의 중간 가격이 됩니다.
가격 추이에 따라 시가와 종가의 비율을 다르게 가져갈 수도 있습니다. 만약 가격이 대체로 상승하는 종목이라면 시가보다 종가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으므로(시가 < 종가) 시가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하락 추세의 종목이라면 시가보다 종가가 내려가는 경우가 많으므로(시가 > 종가) 종가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매수하는 입장에서는 좀 더 유리할 것입니다.
다음 글 매일 자동으로 ETF 분할매수 하기 #2에서는 매일 자동으로 주문을 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관련글
- 매일 자동으로 ETF 분할매수 하기 #1 (시가, 종가)
- 매일 자동으로 ETF 분할매수 하기 #2 (예약매매, 실전투자, 투자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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